당신의 책상 위 달력은 지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1일은 24시간, 1주는 7일, 1년은 365일.
그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천문학자의 책상 위엔 조금 다른 달력이 놓일 수 있다.
지구가 아닌 화성, 금성, 목성 등 다른 행성의 하루와 1년을 기준으로 한 달력. 이 글에서는 천문학자가 왜 이런 실험을 하는지, 각 행성의 시간 단위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실제로 행성 달력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과학적 기준과 상상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왜 행성 달력을 만들까? — 달력은 ‘시간을 보는 방식’이다
천문학자가 행성별 달력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다른 시간 개념으로 우주를 사유하기 위한 실험이자, 실제로 인간이 다른 행성에 가게 될 미래를 위한 과학적 기반이기도 하다.
<시간은 절대적인가?>
지구에서는 24시간이 하루, 365일이 1년이다. 그러나 이건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른 상대적 단위일 뿐이다.
- 하루의 길이 = 행성의 자전 주기
- 1년의 길이 = 행성의 공전 주기
즉, 지구 외의 행성에서는 하루도, 한 달도, 일 년도 다르다. 그럼 시간의 구조도, 달력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
천문학자는 이러한 개념을 실험적으로 정리해보며, “우리가 익숙한 시간 단위가 얼마나 지구 중심적인가?”를 질문한다.
각 행성의 하루와 1년, 얼마나 다를까?
아래는 대표적인 행성들의 하루 길이와 1년 길이를 정리한 표이다.
행성 | 1일(자전주기) | 1년(공전 주기) | 특징 |
수성 | 약 58.6일 | 약 88일 | 자전과 공전 비슷, 낮/밤 극단적 |
금성 | 약 243일 (역방향) | 약 225일 | 1일이 1년보다 길다 |
지구 | 24시간 | 365.25일 | 기준 단위 |
화성 | 24시간 39분 | 약 687일 | 가장 유사한 행성 |
목성 | 약 9시간 55분 | 약 11.9년 | 하루가 짧다 |
토성 | 약 10시간 33분 | 약 29.5년 | 공전 길이가 매우 길다 |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천문학자들은 ‘달력 시스템’을 설계해본다.
화성 달력 : 가장 현실적인 행성 달력 실험
화성은 가장 많이 연구된 행성 중 하나이며, 인류의 이주 가능성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화성 하루 = 솔(Sol)>
- 1 Sol = 24시간 39분 35초
→ 지구보다 약 40분 길다
→ 화성 탐사로봇도 Sol 단위로 작동
<화성의 1년 = 약 687일>
- 지구보다 약 1.88배 길다
- 계절 변화가 있음 (자전축 기울기가 비슷)
<화성 달력 구성 실험>
천문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화성 달력을 만들어본다. 예를 들어:
- 1년 = 24개월 (한 달 약 28.6 Sol)
- 또는 1년 = 12개월 (한 달 약 57.2 Sol)
여기서 고민되는 점:
- 윤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명절이나 기준일은 어디에 둘 것인가?
- 지구 시간과 어떻게 싱크시킬 것인가?
NASA와 일부 우주과학자들은 Darien Calendar라는 화성 달력을 실험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금성 달력은 가능한가? — 시간 개념 자체가 무너지다
금성의 하루는 약 243일, 1년은 225일. 즉, 하루가 1년보다 더 길다. 게다가 자전 방향도 역방향이다.
태양은 서쪽에서 뜨고, 하루가 거의 8개월 가까이 걸린다.
<이럴 경우 달력을 어떻게 짜야 할까?>
- 하루를 기준으로 시간을 나누면 낮과 밤이 너무 길다
- 1년 단위로 짜면 날짜가 하루를 넘어가 버린다
- “시간 구간”을 나누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시프트 달력” 또는 “광주기 단위” 기반의 시간 측정을 제안하기도 한다.
즉, 태양이 떠 있는 시간 또는 기후 변화 기준으로 ‘시간 단위’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목성과 토성의 시간: 거대한 하루, 긴 해
<목성>
- 하루: 약 9시간 55분
- 1년: 약 11.9 지구년
목성은 자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하루”의 개념이 지구보다 훨씬 짧다.
따라서 천문학자는 “일주일 3일제” 등 초단기 시간 단위 달력을 실험한다.
<토성>
- 하루: 약 10시간 33분
- 1년: 약 29.5 지구년
토성의 달력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위성 탐사나 가상의 정착 시뮬레이션에 활용된다.
천문학자의 책상에서 펼쳐지는 달력 실험
천문학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책상에 펼쳐놓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달력’을 구성해본다:
- 엑셀로 시간 단위 변환 시트 제작
- 행성별 1년 기준 시간 블록 나누기
- 날짜, 요일, 월 단위 재정의 시도
- 지구 시간과의 비교표 작성
- 각 행성 기후와 광주기 반영해 수정
이런 작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실제 미래 거주를 위한 시간 시스템 설계의 기반이 된다.
달력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문명’이다
지구에서의 달력은 농경, 종교, 계절, 정치 등 수많은 문화 요소가 축적된 결과다. 따라서 천문학자에게 **“새로운 행성의 달력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수학 계산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문명 단위를 상상하는 작업이다.
예시:
- 화성에서는 ‘지구 시간’을 기준으로 회의하거나 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까?
- 목성에서는 하루가 9시간이라면, 수면 주기는 어떻게 재설계할까?
- 금성에서는 “밤”이 몇 개월이라면, ‘주간활동’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책상 위의 달력 실험을 단순한 시간 계산이 아닌 우주 문화 설계로 확장시키게 된다.
[당신의 시간은 정말 절대적인가?]
지구에 사는 우리는 당연히 24시간을 하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지구의 기준일 뿐이다.
천문학자는 책상 위에서 그 기준을 깨뜨리는 실험을 한다.
1년이 29년인 세계, 하루가 9시간밖에 되지 않는 세계, 1일이 1년보다 긴 세계…
그 시간 안에 살아야 한다면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어떻게 일하고, 쉬고, 살아갈까?
달력은 단순한 날짜의 집합이 아니라 우주를 인식하는 틀이고, 그 틀을 바꾸는 순간 우주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바뀐다.
오늘 당신의 책상 위 달력은 지구 기준으로 놓여 있지만, 천문학자의 책상 위 달력은 ‘상상력과 시간의 재설계’로 움직이고 있다.
[행성 달력을 만들며 생기는 통찰]
항목 | 내용 |
과학적 의미 | 자전·공전 기준 시간 단위 실험 |
화성 달력 | 가장 현실적인 대안, NASA도 활용 |
금성 달력 | 철학적 시간 구조 재설계 필요 |
목성/토성 | 단기-장기 시간 구조 실험 가능 |
문화적 시사점 | 새로운 문명 단위로서의 시간 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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