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천문학자의 책상에서 듣는 우주의 소리 : 소리로 본 별

트래블허즈번드 2025. 7. 17. 20:00

우주는 아주 조용할 것 같다.
소리가 없는 진공 속, 별빛만이 흐르고, 은하계는 말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는 ‘우주의 소리’를 듣는 장비가 존재한다.
이 소리는 단순한 음향 효과가 아니다. 실제로 천체에서 오는 전자파를 분석해 소리로 변환한 데이터다.
이 글에서는 천문학자들이 별과 블랙홀, 성운의 데이터를 어떻게 음향으로 바꾸는지, 그 소리가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지, 그리고 왜 책상 위에서 귀로 듣는 하늘이 중요한지 탐색해본다.

 

블록홀 예상 이미지 사진

 

우주에 소리가 있을까?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은 이거다.

“우주는 진공인데, 어떻게 소리가 있을 수 있지?”

 

맞는 말이다.
소리는 ‘매질’이 있어야 전달된다. 공기, 물, 철 등 파동이 매질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우주처럼 거의 완전한 진공에서는 소리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동’의 개념이다.
빛, 전자기파, 중력파 등은 ‘파동’의 일종이며 천문학자들은 이 파동의 패턴을 해석해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이 파동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소리로 변환하면, 우주는 ‘소리처럼’ 들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소닉픽션(Sonification, 음향화)이라고 부른다.

 

천문학에서 ‘소리로 변환된 데이터’는 어떤 의미일까?

천문학자들은 대부분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본다. 그래프, 이미지, 도표, 파형 등 눈으로 분석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또 다른 해석 방법은 ‘소리로 듣기’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에 활용된다.

  • 전파 망원경으로 수집한 은하 전자파
  • 태양에서 나오는 자기장 변화
  • 블랙홀 주변의 엑스선 플럭스 변화
  • 외계 행성의 항성 통과 주기

이 데이터를 특정 알고리즘을 거쳐 소리로 ‘변환’하면, 천문학자는 기존에 놓치던 패턴을 청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1초에 한 번씩 빛이 밝아지는 항성을 소리로 바꾸면 “딱-딱-딱” 하는 메트로놈 같은 리듬이 된다. 그 리듬의 불규칙성이 그 별의 내부 구조를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실제 우주의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소리로 만든다고 해도, 당연히 ‘실제 우주에서 녹음된 오디오’는 아니다. 변환의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데이터 수집>

전파 망원경, 엑스선 관측기, 적외선 센서 등으로 천체의 파동, 밝기, 주기, 스펙트럼 등을 측정한다.

<매핑 알고리즘 적용>

예:

  • 밝기 → 음량
  • 주파수 → 음의 높이
  • 거리 → 리듬 간격
  • 색상 → 악기 종류

<오디오 파일로 출력>

WAV, MP3 등으로 변환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형태로 출력한다. 대표적인 오디오 천문학 프로젝트로는 NASA의 “A Universe of Sound”“Astronomy Sound of the Month”, Event Horizon Telescope의 블랙홀 소리 시각화 프로젝트가 있다.

 

천문학자의 책상에 놓인 ‘소리를 듣는 장비’

소닉픽션에 참여하는 천문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책상에서 활용한다:

<사용 장비>

  • 스튜디오급 헤드폰: 세밀한 파형 구분을 위해
  • DAC(Digital Audio Converter): 고품질 소리 출력
  • 스펙트럼 분석 모니터: 음파와 시각화 동시 확인
  • MIDI 키보드 (일부 연구자): 데이터를 음으로 재구성할 때 활용

<소프트웨어 도구>

  • Sonic Visualiser (오픈소스 음향 분석기)
  • Pure Data (Pd): 오디오 처리용 프로그래밍 도구
  • Python + Librosa: 데이터 → 오디오 변환 코드 구현
  • NASA Sonification Toolkit: 전문 변환 도구

 

대표적인 ‘우주의 소리’ 예시

아래는 천문학자들이 가장 많이 공유하고 분석하는 우주의 대표적인 ‘소리들’이다.

천체/현상 소리 설명
블랙홀 (M87 중심부) 저음의 진동, 57옥타브 아래의 중력파 패턴
펄사 (PSR B0329+54) "틱, 틱, 틱…" 일정한 리듬의 고속 회전 소리
태양 플레어 "쉬이익…" 전자기 폭발이 소리처럼 변환됨
외계 행성 통과 “팟, 팟” 약한 리듬 변화로 구별 가능
 

이 소리들은 책상 위에서 연구자가 반복 재생하며 ‘패턴’, ‘이상값’, ‘변화’를 청각적으로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왜 귀로 듣는 천문학이 중요한가?

청각은 시각보다 다른 종류의 인식 패턴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 사람이 시각으로는 인지하지 못한 작은 변화도 소리에서는 박자의 ‘어긋남’으로 쉽게 감지할 수 있다.
  • 감정적인 반응도 더 빠르다. ‘블랙홀의 진동 소리’를 들으면 단순한 이미지보다 훨씬 우주의 압도감이 크게 다가온다.
  • 시각장애인 천문학자들에게는 데이터 접근성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NASA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천문학 교육 자료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책상 위에서 듣는 별의 소리는 상상 그 이상이다

천문학자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다’가 책상 앞에 앉아 그 별을 ‘듣는다’는 건 단순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우주와의 감각적 연결 방식을 넓히는 과정이다.

별은 말이 없다. 하지만 별에서 나오는 주기, 온도, 에너지, 스펙트럼은 모두 소리로 바꿔보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 한쪽엔 노트북이, 다른 쪽엔 스튜디오용 헤드폰이 놓여 있고 그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M87 블랙홀의 저음이 울리고 있을지 모른다.

 

[별은 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

천문학자는 늘 눈으로 별을 본다. 하지만 요즘은 귀로도 별을 듣는다.
눈에 보이지 않던 천체의 움직임, 지금까지 몰랐던 리듬, 우주의 침묵 속에서 흐르는 규칙적인 ‘진동’… 그건 단지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당신도 한번 블랙홀의 진동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소리는…
아주 낮고 깊으며,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울림’처럼 다가온다.

천문학자의 책상에서 울리는 이 소리는 ‘우주가 정말 살아있구나’라는 감정을 남긴다.

 

[천문학자의 책상에서 듣는 ‘우주의 소리’란?]

항목 설명
개념 천체의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한 ‘소닉픽션’
목적 패턴 분석, 감각 확장, 교육 접근성 향상
도구 헤드폰, 오디오 소프트웨어, 전파 데이터
효과 청각으로 별의 규칙·변화를 인지 가능
상징성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을 ‘귀로 느끼는’ 감성적 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