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의 책상 위에서 펼쳐지는 ‘별과 시의 시간’
별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해왔다.
하지만 천문학자에게 별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좌표와 스펙트럼, 거리와 속도로 구성된 객관적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천문학자들이 별을 시로 말한다.
왜 과학자는 시를 쓰는가?
왜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는 논문 옆에 시집이 함께 놓이는가?
이 글에서는 천문학과 시의 만남, 데이터 속에서 피어나는 감성, 그리고 천문학자가 별을 과학 너머의 언어로 해석하려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과학자의 언어와 시인의 언어는 정말 다른가?
과학의 언어는 정확하다. 측정 가능한 수치, 수식, 단위, 실험 결과…
천문학자는 늘 객관성과 재현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밤하늘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끝없는 공간에서, 단순히 숫자만 떠올릴 수 없다는 걸 안다.
“우리는 별의 거리도, 스펙트럼도, 질량도 알 수 있지만 그 별이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는 수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
– 천문학자 칼 세이건
그래서 어떤 천문학자들은 과학을 넘어, 문학의 언어로 별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시를 쓴 천문학자들
과학자라면 냉철하고 이성적일 거라는 편견과 달리, 놀랍게도 많은 천문학자들이 시를 썼다.
<대표적인 사례들>
1. 윌리엄 허셜 (William Herschel)
- 천왕성을 발견한 과학자
- 관측 노트 사이사이에 우주에 대한 짧은 시구를 남김
- “나는 이 밤하늘에서 조용히 신의 숨결을 들었다”고 쓴 적도 있음
2. 칼 세이건 (Carl Sagan)
- 과학자이자 작가, 철학자
-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지구를 하나의 시적 존재로 묘사
- “우리는 별의 재로 만들어졌으며, 별을 꿈꾸는 존재”라고 서술
3. 브라이언 메이 (Brian May)
- 영국 밴드 Queen의 기타리스트이자 천체물리학자
- 박사 논문을 마친 후, 우주와 음악의 경계에 대해 시적으로 설명함
이처럼 천문학은 시를 부른다.
그건 단지 감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우주의 경외감을 인간적인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 놓인 시집 한 권
천문학자의 책상에는 늘 최신 논문과 논문 초안, 관측 도구가 놓여 있다. 하지만 그 한켠에 시집 한 권이 조용히 놓여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 『별의 시학』 – 국내 천문 시인들의 작품집
- 『The Star Splitter』 –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 『Night Sky with Exit Wounds』 – Ocean Vuong의 작품
이런 시집은 밤하늘 관측 중 생긴 감정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천문학자는 시를 읽으며 수식이 놓친 감각을 되찾고, 별 하나를 좌표가 아니라 감정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시는 관측의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
관측이 끝나면, 천문학자는 로그북을 닫고 관측 데이터를 저장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떠오르는 감정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는 관측의 감정적 마무리가 된다.
예:
“03:12 AM / 트랜싯 실패 / 별빛이 너무 흐리다. 나는 오늘도 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별은 나를 봤을까.”
이런 문장은 로그북에는 남지 않지만, 그 사람의 과학에 대한 태도, 우주에 대한 감성은 시로 남는다.
천문학 시는 교육 도구이자 감정 공유의 도구
과학 교육에서 시는 추상적인 개념을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다.
예를 들어,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를 단순한 빛의 굴절 현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빛은 직진한다지만, 공간은 그 직선을 구부린다. 질량이 거울이 되고, 우리는 뒤에 있는 별을 앞에서 본다.”
이런 시적 표현은 학생들에게 더 큰 직관과 몰입을 제공한다.
또한, 같은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로 감정을 나누면 과학이 인간적인 언어로 확장된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도 시를 쓸 수 있다
전문 천문학자가 아니어도, 밤하늘을 좋아하는 누구나 자신만의 천문 시를 쓸 수 있다.
<천문 시 쓰기 팁>
- 관측 노트에 느낀 점 한 줄씩 적기
- 망원경을 통해 본 순간의 감정 정리
- 별자리 전설이나 신화에서 영감 얻기
- 관측 실패나 구름 낀 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
예시:
“망원경을 들었지만 구름이 모든 별을 감췄다. 나는 내 마음까지 가려졌다고 느꼈다.”
이런 문장은 시이기도 하고, 천문학자가 우주와 교감한 증거이기도 하다.
시는 과학과 인간을 잇는 다리
별은 차가운 수소와 헬륨 덩어리지만, 우리에게 별은 꿈과 방향, 위로의 상징이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 시가 놓여 있는 이유는 그가 별을 숫자와 그래프로만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별을 인간과 연결하고, 자신의 감정을 우주에 묻으며, 그 과정에서 시가 언어가 되고, 언어가 진실이 된다.
별을 이해하는 건 물리학이지만, 별을 기억하는 건 시다.
[시로 적힌 우주, 마음에 남는 별]
천문학자의 책상 위엔 AI도 있고, 고성능 분석 소프트웨어도 있지만 그 사이에 놓인 시 한 줄이 과학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별은 언젠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별을 바라보던 감정, 그 감정을 담아 쓴 시는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날 수 있다.
과학은 우주를 해석하지만, 시는 우주를 살게 만든다.
[천문학과 시의 만남]
항목 | 설명 |
공통점 | 경외감, 인간의 위치 탐색, 무한한 상상력 |
시의 역할 | 관측의 감정 정리, 교육, 위로, 창작 |
천문학자 사례 | 허셜, 칼 세이건, 브라이언 메이 등 |
일반 참여 | 아마추어도 관측 후 시 쓰기 가능 |
의미 | 우주를 과학 아닌 ‘마음’으로 기억하게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