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의 책상

천문학자의 책상 속, 천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체험기

트래블허즈번드 2025. 7. 3. 14:00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는 종이 달력이나 관측 노트 외에도,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설치되어 있다. 바로 천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별자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수천 년 전 또는 수천 년 후의 하늘을 가상으로 재현하거나, 외계 행성의 공전궤도, 블랙홀 주변의 중력 렌즈 현상까지 시각화해준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며, 그것이 어떻게 현대 연구에 활용되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형식으로 풀어본다. 단순한 ‘관찰’을 넘어 ‘예측’까지 확장된 천문학의 현장을, 디지털 화면 속에서 만나보자.

지표면 위에 은하수가 보이는 사진

 

천체 시뮬레이션은 왜 필요한가?

현대 천문학에서 시뮬레이션은 ‘보조 도구’가 아니라, 필수 연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는 현상들 — 태양계 외곽의 얼음천체 움직임, 먼 외계 행성의 공전 모양, 또는 은하 충돌 시의 질량 분포 변화 등 — 은 직접 관찰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 천문학자는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가상의 환경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거나, 과거의 현상을 재구성한다.

또한, 시뮬레이션은 교육 및 훈련용으로도 활용된다. 천문학 전공 학생들은 실제 관측 전, 소프트웨어를 통해 별의 움직임과 관측 타이밍을 익힌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특정 별이 언제 떠오르고 지는지를 미리 확인하고, 망원경 세팅을 연습할 수도 있다. 즉, 천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이론과 현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Stellarium으로 하늘을 재현해보다

가장 먼저 실행한 프로그램은 Stellarium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 밤하늘을 정밀하게 재현해주는 대표적 시뮬레이터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먼저 사용자의 위치를 설정할 수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설정한 화면에는 현재 시각의 하늘이 표시되었고, 남쪽 하늘엔 ‘전갈자리’와 ‘궁수자리’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별의 이름과 겉보기 등급, 위치 좌표(RA/DEC)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이 기능은 실제 관측 준비 과정에서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토성을 관측하고 싶다면, Stellarium으로 ‘토성’을 검색하고 관측 가능한 시간대와 고도, 방위각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날짜와 시간을 조작해 과거와 미래의 하늘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서 본 오리온자리, 또는 2100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천문학자의 책상에서는 이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역사적 사건을 검증하거나, 희귀한 천문 현상의 관측 기회를 포착한다.

 

Universe Sandbox로 우주 물리 실험을 하다

Stellarium이 ‘보는 하늘’이라면, Universe Sandbox는 ‘움직이는 우주’를 보여준다.
이 상호작용형 시뮬레이터는 중력, 질량, 속도, 밀도 등 물리 변수를 조정해 직접 우주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처음 실행하면 태양계를 기준으로 한 기본 환경이 제공된다.
여기서 사용자는 새로운 천체를 추가하거나, 기존 행성의 질량을 변경하거나, 두 은하를 충돌시켜볼 수도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 지구의 질량을 두 배로 설정하고, 공전 궤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해본 결과, 지구의 궤도는 태양에 훨씬 더 가깝게 수축했고, 그로 인해 온도 역시 상승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되었다.
이런 실험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실제 외계 행성의 환경을 유추할 때 활용된다.

또한 Universe Sandbox는 교육적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고등학생 또는 대학 초년생들이 중력의 개념이나 질량-속도 관계를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복잡한 논문을 쓰기 전, 개념 검증의 도구로 자주 쓰인다.

 

Celestia로 우주 여행을 떠나다

마지막으로 실행한 시뮬레이션은 Celestia다.
이 소프트웨어는 우주를 실제처럼 3차원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사용자 시점에서 자유롭게 행성, 위성, 은하까지 이동할 수 있다. Stellarium이 지구에서 본 하늘을 보여준다면, Celestia는 우주 어디에서든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나는 ‘화성’으로 이동해 화성 궤도에서 태양을 바라봤고, 다시 ‘목성의 위성 이오’로 이동해 거대한 목성의 그림자 속을 탐험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그래픽 효과를 넘어서, 시점에 따라 별자리가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지구에서의 시차(parallax)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체험적으로 익히게 한다.

천문학자들은 Celestia를 활용해 인공위성 궤도 계산, 탐사선 경로 시각화, 또는 특정 위치에서의 천체 배치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나사(NASA)의 우주선이 특정 행성을 지나갈 때, 어느 시간에 어떤 각도로 태양광을 받는지를 Celestia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천문학자의 책상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창]

천문학자의 책상 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은 단지 재미있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재현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보이지 않는 우주의 구조를 ‘보이게’ 만들어주는 과학적 도구다.
화면 속 은하는 가상이지만, 그 안의 물리법칙은 현실이다.

Stellarium은 관측을 계획하게 해주고, Universe Sandbox는 물리적 가능성을 실험하게 해주며, Celestia는 새로운 시점을 상상하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천문학자의 책상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우주 작업실로 작동한다.

 

[천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3선]

  프로그램명 주요 기능 활용목적
1 Stellarium 별자리 및 천체 시뮬레이션 관측 계획, 별 위치 확인
2 Universe Sandbox 물리 기반 상호작용 시뮬레이션 중력 실험, 외계행성 연구
3 Celestia 3D 우주 여행 및 천체 시점 이동 시차 이해, 궤도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