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의 책상은 마치 조용한 실험실처럼 보이지만,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 분석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늘에서 수집된 천문 데이터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각 픽셀에는 수치 정보, 광도 변화, 분광값, 시간 정보가 정밀하게 담겨 있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고가의 장비나 상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무료 오픈소스 천문 데이터 분석 툴들이 매우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천문학자들이 실제 연구 논문 작성이나 관측 결과 해석에 사용하는 무료 천문 분석 툴 4가지를 직접 살펴보며,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주의 의미’를 추출해내는지 체험 중심으로 안내해 보겠다.
[FITS Liberator] 천문 이미지를 과학적으로 보정하기
천문 이미지의 기본 포맷은 JPEG도, PNG도 아니다. "FITS(Flexible Image Transport System)" 라는 과학 전용 포맷이 사용된다.
이 형식은 이미지 픽셀마다 밝기, 노출, 파장 등의 정량 정보가 담겨 있으며, 실제 천체의 물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원자료다.
[FITS Liberator]는 유럽우주국(ESA)과 NASA에서 공동으로 개발한 무료 툴로, 이 FITS 이미지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해주는 도구다.
[FITS Liberator]을 통해 허블 우주망원경에서 촬영한 M51(소용돌이 은하)의 FITS 파일을 불러와 봤다.
처음 보는 화면은 회색의 흐릿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Stretch Function’을 조절하면서 밝기 분포를 재설정하자, 은하의 중심부와 나선팔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 기능을 통해 광도 대비, 중심 밝기, 외곽 확산 등의 수치를 확인하고, 별 형성 영역을 판별한다.
즉, FITS Liberator는 ‘천문 이미지를 감상용 사진으로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과학적 진실을 드러내는 분석 도구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 이 프로그램이 항상 설치되어 있는 이유다.
[Astropy + Jupyter Notebook] 코드로 해석하는 우주
천문학자들은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지 속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그 핵심 도구가 바로 [Astropy]와 [Jupyter Notebook]이다.
[Astropy]는 파이썬(Python) 언어 기반의 천문학 전용 계산 라이브러리로, 좌표 변환, 시간 계산, 분광 분석, 단위 정리 등 다양한 천문 연산을 지원한다.
[Jupyter Notebook]은 이 코드를 웹 기반 인터페이스에서 문서처럼 작성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실제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한 별의 밝기 변화 곡선을 시각화해보았다.
[Astropy]를 이용해 ‘Time’ 모듈로 관측 시점을 정리하고, ‘LightCurve’ 클래스를 사용해 그래프를 출력했다.
결과적으로, 그 별은 변광성이며, 약 4일 주기로 밝기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분석은 단순히 관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코드를 통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패턴을 추출하고, 다시 시각화하는 과정은 현대 천문학의 핵심이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 노트북에서 이러한 분석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SAOImage DS9] 천문 이미지를 수치로 읽는 도구
[DS9]은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에서 개발한 고급 FITS 이미지 분석기다.
[FITS Liberator]가 시각화 중심이라면, [DS9]은 픽셀 단위 수치 분석이 가능한 전문가용 툴이다.
칠레의 ALMA 관측소에서 촬영한 성운 이미지 FITS 파일을 [DS9]에서 열어보았다.
처음에는 이미지 전체를 확인한 후, ‘Region’ 도구를 사용해 관심 영역을 선택했다. 그 다음 ‘Plot → Histogram’을 실행하니, 해당 영역의 픽셀 밝기 분포 그래프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수치로 표현된 천체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Contour’ 기능을 통해 밝기 등고선을 생성하고, 이 구조가 어떤 파장대에서 강하게 나타나는지도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자는 이 기능을 통해 별 탄생 영역, 중심 온도, 질량 분포 등을 추론할 수 있다.
[DS9]은 마우스 몇 번 클릭만으로도 천체 물리학적 구조를 수치로 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따라서 천문학자의 책상에 이 툴은 빠지지 않는다.
[TOPCAT] 천문 데이터베이스를 표로 정리하고 분석하기
천문학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수치만이 아니다.
별 하나만 해도 이름, 위치, 겉보기 등급, 시차, 스펙트럼 유형 등 수십 가지 속성을 가진다.
관측 대상이 수천 개가 되면, 엑셀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TOPCAT]이다.
[TOPCAT]은 CSV, VOTable, FITS 등 다양한 형식의 테이블 데이터를 불러와 필터링, 시각화, 통계 분석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GAIA 위성에서 공개한 5000개 별의 거리, 겉보기 등급 데이터를 불러왔다. 이 데이터를 산점도로 표현해보니, HR 다이어그램이 형성되었고, 주계열성, 백색왜성, 적색거성의 분포가 명확히 드러났다. 추가적으로, 특정 조건(예: 거리 100광년 이내, 밝기 5등급 이상)의 별들만 추출해 다시 저장할 수 있다. 이는 논문 데이터 전처리에 매우 유용하다.
[TOPCAT]은 ‘코딩 없이도’ 고급 분석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천문학 입문자, 교수, 전문 연구자 모두가 애용하는 이유다.
[돈보다 더 귀한, 공개 천문 데이터와 툴의 가치]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 놓인 소프트웨어는 비싼 상용 프로그램이 아니다.
대부분은 오픈소스이거나, 국제 연구기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고급 툴들이다.
중요한 것은 도구의 가격이 아니라, 그 도구를 얼마나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다.
[FITS Liberator]로 이미지를 보정하고, [DS9]으로 정밀 분석하고, [Astropy]로 코딩하여 그래프를 그리고, [TOPCAT]으로 수천 개의 별을 필터링한다.
이 모든 작업이, 단 한 대의 노트북에서 이루어진다.
천문학의 세계는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보이는 것’을 넘어 ‘숫자’를 해석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그 해석의 시작은, 언제나 조용한 책상 위, 작은 무료 프로그램 하나로부터 시작된다.
[요약] 천문학자가 실제 사용하는 무료 분석 툴 4선
프로그램명 | 주요 기능 | 활용 예시 | |
1 | FITS Liberator | FITS 이미지 보정 및 시각화 | 광도 조정, 이미지 강화 |
2 | Astropy + Jupyter | 파이썬 기반 분석 라이브러리 + 인터페이스 | 밝기 곡선 분석, 좌표 변환 |
3 | SAOImage DS9 | FITS 과학 이미지 수치 분석 | 중심 광도, 등고선 생성 |
4 | TOPCAT | 대규모 표 데이터 분석 및 필터링 | 별 분류, 조건별 추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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