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의 책상에는 복잡한 코드와 데이터, 정밀한 장비들만이 놓여 있는 게 아니다.
그 가운데, 아주 작고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조용히 끼워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사진은 가족일 수도 있고, 첫 천문 관측지일 수도 있으며, 혹은 한 밤중에 올려다본 하늘을 담은 순간일 수도 있다.
천문학자는 우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이성이 강한 존재이지만, 그 시작점엔 누구나 감정, 추억, 영감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을 중심으로, 과학과 감성, 데이터와 기억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함께 들여다보자.
그 사진은 왜 아직 책상 위에 있을까?
국내 천문연구소에서 일하는 J 박사는 책상 모니터 한쪽 프레임에 10×15cm 크기의 작은 사진 한 장을 끼워두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별이 무수히 박힌 밤하늘 아래,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삼각대 하나와 어린 소년이 함께 서 있었다.
그 소년은 바로 J 박사 자신이었다.
1987년 여름, 생애 첫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유성우를 관측했던 그날을 할머니가 필름 카메라로 찍어준 사진이었다고 한다.
그 사진은 해가 바래 있었고, 모서리는 약간 찢어져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선 천문학자로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였다.
"가끔 데이터가 꼬이고, 연구가 막힐 때면 저 사진을 한 번 봐요. 내가 왜 이 길을 시작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되거든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사진을 꺼내 조심스럽게 손으로 쓸었다.
이렇듯 천문학자의 책상 위 오래된 사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동기와 정체성의 원형이다. 그리고 그 사진은 지금도 매일, 연구자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관측이라는 ‘기억의 축적’과 사진의 공통점
천문학은 기록의 학문이다.
매일 밤 하늘을 보고, 별의 위치를 기록하고, 변화의 패턴을 정리한다. 하지만 그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간의 기억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옮겨진 별, 작년엔 안 보이던 성운,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혜성. 모든 관측은 결국 우주의 흐름을 기억하려는 시도다.
그 점에서 사진은 관측과 닮아 있다.
찰나의 순간을 붙잡고, 흐름 속에 정지된 이미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사진도 일종의 ‘관측’이며, ‘기록’이다.
J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망원경으로 본 목성의 위성을 처음 그렸던 날보다 그날의 공기, 냄새, 옆에 있던 친구의 말투가 더 생생하게 기억나요. 사진 한 장이 그런 걸 떠올리게 하죠."
그래서 천문학자들의 책상 위 사진은 단순한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현재의 동기를 강화하는 기억 장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새로운 발견을 향한 길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과학자에게 감성은 약점이 아니라 연료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를 차갑고 이성적인 존재로만 본다. 하지만 진짜 과학자일수록, 그 깊은 내면에는 감성과 호기심의 덩어리가 있다.
J 박사는 박사과정을 포기하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관측은 실패했고, 논문 심사는 반려됐고, 지속적인 수면 부족으로 건강도 악화되었다. 그때 그의 책상 위엔 늘 다 뭉개진 별 사진들과 어릴 때 본 오리온자리를 낙서처럼 그려놓은 메모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그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아무도 나를 천문학자로 살아가라 강요하지 않았어요. 근데 어느 날 책상 위 별 사진을 보다가… 그냥 포기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 감정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감정이, 다시 데이터를 열고 망원경 조정을 하게 만드는 연료가 되었다.
천문학자의 감성은 논문 속에 드러나지 않지만, 그 감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발견도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있는 오래된 별자리 사진
나의 책상 서랍 깊숙이서 꺼낸 낡은 사진 한 장. 구겨진 모서리와 빛이 바랜 흑백 속에는 어릴 적 나의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담겨 있다.
사진 속 나와 아버지는 천문대 앞 마당에 커다란 천체망원경을 세워 놓고, 고개를 한껏 들어 은하수를 바라보고 있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날의 공기와 별빛은 여전히 선명하다.
나 : “저건 하늘에 빛나는건 뭐야?”
아버지 : “저건 오리온 자리 별자리야"
나 : "이 망원경에 보이는 건 뭐야?
아버지 : "저건 안드로메다야. 우리 은하 옆집이지.”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먼 은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을 배웠다.
밤하늘과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결국엔 그날의 그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밤하늘을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와, 별이다!’ 하고 눈을 반짝이던 아이였다.
이 오래된 사진은, 내가 별을 처음 사랑하게 된 순간을 잊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매번 책상 위로 그 사진을 올려놓을 때마다, 나는 그날 밤으로 다시 돌아간다.
당신의 책상 위에는 무엇이 놓여 있나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책상 위엔 무엇이 놓여 있는가?
혹시 먼지가 쌓인 사진 한 장, 오래된 엽서, 혹은 의미 없이 올려둔 작은 물건 하나가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지켜온 기억의 단서일 수 있다.
천문학자는 망원경 너머의 우주를 본다. 그러나 그 시선이 가기 전, 책상 위에 놓인 그 한 장의 사진이 시작점이자 종착점일 수 있다.
사람은 기억을 먹고 앞으로 나아간다. 천문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그들은, 기억의 장소가 조금 더 ‘별에 가까울 뿐’이다.
[별을 보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본다]
천문학자의 책상 위 사진 한 장은 과거의 잔상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이다.
하늘을 올려다본 그날의 감정, 처음 별을 바라본 그 설렘, 어릴 적 노트에 그려 넣었던 성운의 곡선,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작은 사진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오늘도 천문학자는 코드를 열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논문을 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그는 사진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별을 본다.
그 사진이 없었다면, 그 별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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